한동대 교수 구 자 문
포항에 KTX가 개통된지 1년이 지났고 그동안 이용한 승객수가 하루 평균 4,800명이며 누적 이용객이 170만명이라고 한다. 이는 당초 코레일이 예측했던 하루 이용객수 3,200명을 50%나 초과하는 숫자이며, 포항에서 동해안을 따라 지속적으로 연결될 동해선이 완공되고, 영일만항이 활성화되면 이용객수가 더욱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1950년대 이후 한국의 경제산업 및 인구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전했고, 지역균형발전이 이슈가 되면서부터 비수도권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제시되고 집행되었지만 수도권 집중화는 여전했다고 할 수 있다. 비교적 최근에 ‘5+2’와 같은 광역경제권 단위 지역개발정책이 수행되었지만, 수도권의 글로벌 경쟁력강화와 지방도시의 균형발전이 다 같이 요구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그 효과에 대한 평가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필자가 거주하는 경북 동해안의 중심도시인 포항은 대경광역경제권의 하부권역으로 존재하는 동해안권의 허브역할을 담당해야 할 도시이다. 인구 50여만의 중간규모의 도시이나 철강산업, 첨단R&D, 그리고 국제항만의 기능을 중심으로 글로벌비즈니스 및 테크노폴리스로의 발전 잠재력이 전국의 어느 도시들보다 높다고 생각되지만, 지난 10-20년간은 지역균형발전 논리에 오히려 역차별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포항에는 북방연결고리가 될 영일만항이 있고, 한국의 지식기반산업을 이끌어갈 포스텍과 첨단연구소들이 있고, 글로벌기업이자 지역선도기업인 포스코가 있고, 개발도상국 및 국제기구들과의 네트워킹이 활발한 한동대가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바탕으로 포항이 글로벌화된 지식기반사회의 경쟁우위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지역을 이끌었던 철강산업을 보완하면서 첨단의 에너지, 환경, 로보틱스 등 관련의 산학단지, 국제관광네트워크 활성화 등을 통해 지역과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두만강유역 개발, 북방항만의 활성화, 북극항로의 개통 등 환동해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영일만항은 경북 동해안권의 새로운 경제산업 발전기지로서 그리고 북방항만들과의 네트워킹의 접점으로서 중요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영일만항이 그 지정학적인 역할을 다 해낼 수 있도록 다양한 물류, 비즈니스 및 관광네트워크 전략들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영일만항의 모도시인 포항도 이에 맞는 경제산업 및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그 중요한 것들 중 하나가 KTX역세권 개발이다.
포항KTX역은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교외에 위치하고 있어, 이 KTX역세권은 도시안의 교통요지이자, 도시안의 거점 신도시로서 그 기능이 크게 기대된다. 이곳은 포항에 새로운 경제, 산업, 문화 및 주거기능을 접목시켜주고, 활성화될 영일만항의 배후기능의 주요부분, 예를 들어 교통연계, 컨벤션, 쇼핑, 숙박 등을 담당해야 할 장소이다. 아직 역세권이 전혀 개발되지 않고 있어서 불안한 면이 없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조급하게 난개발을 유도하기 보다는 지금부터 종합적인 개발비전하에 단계별 개발계획을 수립·시행할 필요가 크다.
그곳의 지형상 역 주변의 6만평 정도가 1차 개발지역이 될 것으로 보는데, 아무것도 없는 현재로서는 이 정도의 개발이라도 이루어지지 않으면 늘어나는 관광객과 이용객들의 편의 제공이 용이치 않을 것이다. 더구나 동해선이 개통되고, 영일만항 인입철도가 완공되면 역세권의 서비스기능 필요가 더욱 커질 것이다. 또한 역세권 개발계획수립시 접근로 계획도 다시 점검하지 않으면 않될 것이다. 지금도 일부 접근도로는 혼잡하고 교통사고의 위험이 크므로 역세권의 장래 발전을 예측하여 입체교차로, 지하터널 등을 건설하면 좋을 것이다.
역세권 1차 개발은 물리적인 한계와 시장기능의 한계로 인해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차차 2-3차 개발이 시행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1차 개발이 상업기능, 호텔 및 컨벤션기능, 의료서비스, 주상복합 등으로 이루어진다면 2-3차 개발은 첨단연구소 및 제조업, 고부가가치 농산물제조업, 대규모 아웃렛, 집합주거 등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물론 2-3차 개발은 역세권 골짜기를 벗어난 주변 지역으로 터널 내지 구름다리를 연결하여 필요한 만큼의 체계적인 개발계획이 세워져야 한다고 본다.
현재 포항의 인구가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장차 인구 유발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영일만항 활성화와 크루즈부두 개통, 영일만배후산업단지 활성화, 울산-포항고속도로 개통, 영덕에너지클러스터 건설, 도청 제2청사의 설치 등의 사업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이 KTX의 증편 및 역세권개발의 파급효과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인구 및 관광객 유발효과를 크게 가져올 것이고, 포항의 북방전진기지로서의 국가적인 기능도 크게 강화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