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지난 주 서울시에서 시내버스 요금을 지하철처럼 거리에 비례하는 제도를 실시 하려다 물가 부담 때문에 철회하였다는 기사가 있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서 언제 다시 제기될지 모르는 일이다. 또한 요금 인상 자체는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 같다.

노령층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서울시는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를 메꾸기 위해 국비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다. 갑자기 대중교통 요금과 관련한 뉴스가 많아지고 있다.

서울시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되면 논의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는 일은 시간문제가 될 듯하다. 다른 지역이라고 해서 사정이 좋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대구시에서는 버스나 지하철 모두를 70세 이후에는 무임승차를 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한다고 한다.
사실 현재의 대중교통 사업은 민간기업이라면 유지를 할 수 없는 구조다. 현재의 요금으로는 대중교통의 정상적인 운영이 안 된다는 기업의 경영 논리는 공기업이라고 해서 마냥 무시할 수 만은 없을 것이다. 특히 한때 현금 장사로서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었던 버스 사업이 위기를 겪고 있다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이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국가든 지방자치단체든 지원을 해주어서 지금처럼 편리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런 지원의 재원은 결국 사람이 낸 세금이다. 세금을 이런 곳에 투입하는 정책은 국민연금 등과 맞물려서 국민의 노후보장에 대한 중요하고도 민감한 문제다.
현재 65세부터인 법률 상 노인을 70세로 올리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노인의 비율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65세라면 나도 얼마 남지 않는 나이다. 70세라고 해도 결국은 도달하게 될 나이다. 얼마 남지 않는 장래에 나 자신도 당사자가 될 것은 분명하다.

현대의학의 발달로 사람의 수명은 길어졌다. 직장에서 은퇴 후 긴 여생을 집안에만 있을 수는 없고 사회 활동을 하려면 이동을 하여야 한다. 하지만 젊을 때처럼 운전을 하기 어렵게 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된다.
차를 몰더라도 피치 못할 경우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노인이 되어 순발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운전하기에 적합하지 않는 상태가 되면 도심지 주차 문제 등으로 운전을 하기 만만치 않다. 또한 행사로 인한 도심지 혼잡이나 악천후 등이 예상되면 수시로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안내를 받곤 한다.

대중교통은 도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자가용을 모는 것 보다는 저렴하다. BMW(Bus, Metro, Walking)라고 하여 대중교통을 미화하는 말도 있다. 그러나 이는 도시에서나 가능하다. 시골에서는 쉽지 않는 일이다.
언제까지 지금 내는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대도시에서는 그나마 일부라도 수지를 맞출 수는 있다. 시골지역에서는 안타깝게도 수익을 남기기 더 어렵다. 극심한 적자 때문에 운행이 자꾸만 감축되고 있다. 이용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중교통의 인프라가 더 열악해지는 악순환이 된다.
은퇴 후 수입이 줄어든 상태에서 무료인 대중교통의 이용이 유료가 되고 또한 요금이 오른다면 타격이 클 것 같다. 도시에서도 대중교통이 활성화되려면 많이 이용해야 한다. 노인이 되어 무료로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해야 한다. 빈 좌석으로 운행하는 버스를 보면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안타깝기도 하다. 평소에 이용하지 않으면 진짜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나는 지금 아직 정신이 온전하여 직접 운전을 할 수 있지만 언제까지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다. 노인이 되어 운전이 적합하지 않는 상태가 되면 면허증을 반납하여야 한다. 이때에도 사회 활동을 하려면 유료든 무료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평소 대중교통을 애용하는 사람이라고 말해왔지만 요즘은 이용을 잘 안하고 있다. 몸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고 가려다가도 춥고 귀찮아서 그냥 승용차를 몰게 되곤 한다. 그러면서도 반성은 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대중교통 이용을 늘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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