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가속기연구소 내부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부정 부패의 사슬 끊어내야

▲ 포항가속기연구소 전경 (사진 우측 위쪽이 3세대 원형가속기, 사진 가운데 길게 건설된 4세대 선형가속기) 포스텍 제공

 

   
▲ 포항가속기연구소를 위탁 관리 중인 포스텍 전경 포스텍 제공

 

   
▲ DCM(분광기)  (a) 전체 모노크로메이터 어셈블리의 개략도, (b) 모노크로메이터 크리스탈 케이지의 사진(거의 0에 가까운 브래그 각도로 표시) 및 (c) 크리스탈 배열의 개략도(DCM의 두 번째 크리스탈은 표시되지 않음)에서 보라색 줄무늬는 다양한 입사각/브래그 회전에서 들어오는 X선 빔을 나타냅니다. Journal of Synchrotron Radiation, Volume 26, Part1, pages 253-262 (20219)

구국의 일념으로 세계적 가속기 구축에 앞장섰던 선배들의 땀과 눈물
최고 시설 최고 대우에 안주하는 후배들 각종 비리 유혹에 취약 드러나

시공업체 갑·특혜 논란
유착 시공업체 입찰 받도록 협조
타 업체엔 갑질…입찰 포기시켜

채용·인사비리 의혹
특정 지원자 채용하려 규정 변경
연구비 전용 직원 강제 재택 의혹

연구장비 구입 비리 의혹
방사광가속기 DCM 제작 관련
고가장비 포함 견적서로 입찰 후
장치 없이 납품…예산 80% 횡령 의혹




[단독]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포항 방사광가속기은 지난 1987년 김호길 포항공대(POSTECH) 학장과 박태준 포항제철(POSCO) 회장, 수많은 연구원, 구축업체 관계자들의 희생과 헌신의 산물이다.

이렇게 출발한 포항 방사광가속기가 1998년 3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완료했고, 2016년 세계 3번째로 4세대 선형가속기 구축에 성공했다. 이렇듯 선배들의 피와 땀, 눈물로 세워진 포항가속기연구소가 폐쇄적이고 독립적인 운영 탓인지, 어느새 제자리를 벗어나 뜻있는 창립 멤버들의 근심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대한민국의 기초과학 발전을 이끌어야 할 포항가속기가 더 이상 기초과학 발전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염원하는 선배들의 제살 도려내기의 고통이 포항가속기발전소의 새로운 도약의 시작이 되길 고대한다.

포항가속기연구소 내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는 △업체들에 대한 갑질과 부당한 특혜 제공 △규정을 바꿔서가며 이뤄지는 취업 비리 △문제 제기하는 연구원 업무배제 △연구장비 구입 관련 각종 비리 의혹들을 심층 해부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연구소 분위기 조성은 물론 새로운 가속기 인재 육성에 기여하길 기대한다.


◇시공업체에 대한 갑질과 특혜 논란

시공업체에 대한 갑질과 부당한 업무지시는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제공과 같은 맥락으로 구성돼 있다.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발주자가 타 시공업체들에게 갑질과 부당 업무지시 등을 일삼게 된다는 내용이다.

먼저, 유착 관계에 있던 특정업체가 입찰을 따내도록 적극 협조하고, 둘째, 유착된 업체가 탈락하면 입찰 받은 업체에 부당한 업무 지시를 계속해 스스로 물러나게 만드는 구조다.

갑질 및 부당한 업무지시 사례로는 △표준사양서(계약서)에도 없는 업무를 공사비 지급도 하지 아니하고 시행하라고 지시하는 일 △표준사양서에 없는 부품 사용해 작업 지시(부품 가격이 입찰가를 초과하는 일이 발생했고, 부품값은 결국 지급하지 않았다.) △고의적 작업 위치 선정 지연 △당연히 지급해야 할 작업 도면도 없이 업무를 지시하고선 재시공을 요구 △납기 내 제작 완료했으나 지연 배상금 부담시키는 등 갑질을 일삼아 업체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자 심리적 부담과 재정적 손실을 우려한 타 업체들이 입찰을 포기하게 되고, 자연스레 특정 업체에게로 일감이 몰리게 되는 것이다. 특혜를 받은 업체들은 불법적 요소를 감추고자 들러리 업체를 동원, 경쟁입찰이었다는 형식적 요건까지 갖추게 했다.

이러한 불법행위 중심에는 업무 담당자(연구원·기술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담당자들은 과제 수행을 위해 구매요청·공사발주 청구와 함께 현장 점검, 최종 검수에 참여해 부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담당자들의 부당한 요구에 승복하지 못한 업체들은 대거 이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본지 보도 이후 연구소 고위직 관계자가 이를 개선하고자 업체들의 대거 참여를 통한 경쟁을 유도하려고 하나 고착화된 병폐들로 인해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업체들의 주장에 대해 연구소 관계자들은 연구소 특성상 전문 영역의 일들이 많아 생기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전직 연구소 직원 A씨는 “담당자라는 직책은 업체들에게 굉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좀 과장되게 말하면 업체를 끼지 않은 연구(기술)원이 없다고 할 정도로 일반화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연구 성과가 아닌 개인을 위한 선택은 결코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채용 비리 및 인사 비리 의혹

포항가속기 홍보직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 B씨의 채용을 염두해 두고 당초 채용계획 및 채용 규정이 변경, 노골적인 청탁, 채용 T/O(정원) 증원 등이 이뤄져 준용 규정인 국가공무원법과 국가계약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다.

포항가속기는 2023년 4차, 2024년 1차 등 2차례에 걸쳐 홍보직 신입직원 채용을 실시했다. 2023년엔 1명, 2024년엔 2명을 선발해 최근 최종 3명의 합격자 발표를 마쳤다.

문제는 당초 홍보직에 2명을 선발키로 했다가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T/O를 왜 3명으로 늘였냐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 B씨에 대해 낮은 평가를 내린 채용평가자에 대해 문책 △인사위원들에게 B씨의 장점을 소개하며 인사시킨 점(간접 청탁) △특정 간부가 직접 개입해 지인 중심 면접 평가위원 구성 △B씨에게 유리하도록 채용 규정 중 필수자격 사항 변경 △그래도 B씨 선발이 불투명해지자 규정 위반해 가며 T/O를 증원 등이 이뤄졌다는 구체적인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일반행정직을 지원했던 모 지원자는 “지난 5월 서류 접수 후 1차 서류전형, 2차 필기전형, 3차 면접, 4차 논술전형, 5차 면접 전형 합격 통보를 받아 입사 일만을 기다라던 중 8월 27일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다고 격분했다.

인사위원회 심의 결과 불합격했다는 소식이다. 이에 포항가속기 문의 결과 “‘상대평가 후 다른 적합자를 합격시켰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일반행정직 분야는 전원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홍보직 신입채용 인원이 1명 증가함으로서 생겨난 피해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연구비 전용 문제를 제기한 모 연구원에 대한 강제 재택근무 지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22년 12월 연구비(15억원) 전용 의혹 감사 청구에 대해 포스텍 감사실 고위 책임자가 당시 자신의 가족(현 포항가속기연구소 고위직 간부)이 관련돼 있어 이를 고의 묵살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연구장비 구입 비리 의혹

포항가속기가 ‘핵심장치 국산화 기술개발사업’의 하나로 추진한 DCM(분광기·모노크로미터) 설계·제작 과제를 수행함에 있어 납품 관련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분광기는 방사광가속기의 빔라인에 설치되는 주요 장비로 저장링에서 방사된 백색광을 특정 파장의 단색광으로 인출하기 위한 장비다.

표준사양서와 납품명세서를 활용한 물품 구매 비리로 구매 예산의 80% 가량을 횡령한 것으로 추정되는 범죄 의혹이다. 해당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번 사건은 8억여 원의 가속기 장비 구입비 횡령 범죄가 된다.

문제는 이러한 유형의 연구비 횡령 사건이 이번만이 아닐 것이라는 데 있다. 완벽하게 정리된 각종 서류들을 서로 대조 분석함은 물론 관련 장비를 내부까지 뜯어보지 않고서는 절대 확인 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먼저, 포항가속기가 경쟁입찰을 위해 작성한 표준사양서에는 DCM 제작 관련 요구 조건이 일목요연하게 제시돼 있다. △제작 수량은 DCM 3대 △납품 제외 품목 등이 명시돼 있다.

문제는 납품 제외 품목이 DCM을 구동시키는 핵심 장치라는데 있다. 이는 곧 고가의 장비라는 뜻이며, 고가의 핵심장치를 제외한 물품 구매임을 뜻한다.

이러한 포항가속기 측의 표준사양서와 달리 업체는 제품 제작을 위한 계획서에 고가의 장비를 포함시켜 서류를 작성했다. 고가 장비가 포함된 만큼 전체 가격은 올라갔고 포항가속기 측이 제시한 입찰 예정가를 맞출 수 있었다.

업체 측은 제품 제작 계획서에 고가의 주요장비를 부착하겠다해 사업을 낙찰 받았지만, 고가의 장비들이 포항가속기 측의 표준사양서에 납품제외 품목에 해당하니 제외시켜 DCM을 제작해 납품한 것으로 보인다.

언 듯 보아선 ‘서류’상은 물론 ‘납품’에 있어서도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게 만들었다. 이러는 사이 장비 구입을 위한 11억원의 예산 중 9억원은 사라지고 2억원 수준의 장비만이 포항가속기 측에 입고되는 것이다.

결국 깡통만 입고시켜 핵심장치 기술개발을 하겠다는 것이며, 결국 완벽한 서류 구비에 국가 예산만 사라지고 만 것이 된다.

이번 사건은 한 담당자가 시행한 두 가지 장비 구입 중 하나에 불과하다.(동일한 시점, 다른 장비 역시 10억 예산 사용) 또 이러한 관행이 지난 30여 년 포항가속기에 은밀히 계속돼 왔다면 수십조원 이상의 국가 예산이 몇몇 사람들의 주머니로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DCM 관련해 또 다른 문제는 지난 2023년 12월 최종 검수와 함께 대금이 지급됐음에도 포항가속기에 물품 입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주요 핵심간부는 예민한 장비라 포항가속기에 보관 장소가 마땅치 못해서 입고가 늦었을 뿐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밝혔고, 해당 장비 관계자들은 성능 시험을 위해 장비가 반출·반입이 잦다보니 일일이 보고를 못해서 오해한 것 같다는 등 밝혀야 할 문제가 하나둘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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