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숙 작가

소환되면 다시는 오지 못하니 매사에 조심하고 사고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너희들은 이제부터 사람이란 것을 잊지 말고 사람답게 행동했으면 좋겠구나.”
학자는 아버지가 되어 도시를 구경시켜주며 기본적인 것을 가르쳤어.
도시의 불빛과 빠르게 변한 세상에 놀라움이 많았지만, 이미 각오하고 온 터라 한 달 동안 열심히 사람이 되기 위한 체험을 많이 했어.

“이고비, 큰 소리로 친구들에게 인사하고 자리에 앉아요.”
선생님이 고비를 반 친구에게 소개했어.
고비가 긴장했는지 목소리가 떨렸어.
“이고비 입니다. 나는 이제 사람입니다.”
“재미있는 아이구나. 친구들과 잘 지내도록해요.”
고비는 자신의 키와 비슷한 아이들과 같이 있게 되자 기분이 좋았어. 시작이 좋다고 생각했지.

“이소리, 친구들에게 인사하고 빈자리에 앉아요.”
“이소리 입니다. 시골에서 와서 모르는 게 많습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싶으니 도와주세요.”
“여러분, 소리는 시골에서 왔다고 하니 모르는 것은 가르쳐주면서 친하게 지내도록 해요.”
소리는 사람들 학교에 오게 되자 긴장했는데, 친구들의 눈빛이 선해보여서 기분이 좋았어.
“이오독, 소개는 쉬는 시간에 하고 이 수학 문제 풀어 봐요. 너의 실력이 어떤지 궁금하니까.”
“수학은 잘 모릅니다.”
“모른다고? 쉬운 문제인데. 그러면 문제를 천천히 읽어봐요.”
“어려워서 못 읽어요.”
“내가 사십년을 살아왔지만 너처럼 숫자도 못 읽는 아이는 처음 본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덩치만 컸지 공부는 못하겠구나.”
“나는 팔십년을 살아왔지만 수학 못한다고 무시하는 사람은 처음 봅니다.”
“뭐라고? 저 뒤에 서서 두 손 들어!”
“왜요?”
“왜요 라니, 저 뒤로 가.”
“학교생활이 어렵다더니 처음부터 가시밭이야.”
이오독, 벌써부터 선생님과의 신경전이 시작되었어.
도깨비가 사람들이 다니는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벌써부터 나도 걱정되는군.

“얘들아, 입학도 했으니 이제부터 학원에 다니도록 해라. 공부에 도움이 될 게다.”
“학교에서 공부하는데 학원에서 또 공부해요?”“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배우는 게 많단다. 50년 만에 우리 도깨비나라보다 더 잘 사는 이유가 공부를 많이 해서란다.”
“뭘 배우나요?”
“고비는 노래를 잘 하니까 피아노를 배우고, 소리는 기억력이 좋으니까 컴퓨터를 배워서 지식을 쌓도록 하고, 오독이는 태권도를 배우는 게 좋겠구나.”
학자 아버지는 사람들과 100년을 살아서인지 세 아이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하고 싶어 했어.

“태권도를 배운 적 있니?”
“처음입니다.”
“잘 하는 운동종목이 있니?”“잘 하는 운동은 없지만 씨름을 좋아 합니다.”
“씨름은 우리나라 전통적 기예의 하나이고, 태권도는 우리나라 고유의 무술이라 둘 다 중요하다. 이왕 시작했으니 열심히 배우기 바란다.”
태권도 사범이 시범을 보이면 오독이는 열심히 따라했어. 학교공부는 재미없지만 태권도는 재미있었거든.
“오독이가 운동 신경이 뛰어나구나. 잘 한다는 칭찬이야.”
칭찬을 받은 오독이는 기분이 무척 좋았어. 무엇이든 시키면 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어.

“컴퓨터가 처음이라니 설명할 때 잘 들어야 해. 이해하기 어려우면 언제든지 다시 설명해줄게.”소리는 기억력이 좋아서 한 번 들은 용어는 잊지 않았어.
“많이 배울 거야. 무엇이든 배워서 우리 도깨비 나라를 위해 나의 힘을 보탤 거야.”
궁금했던 문제나 어려운 용어도 컴퓨터가 가르쳐줘서 날이 갈수록 지식이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이 들었어.

“고비야, 손가락에는 건반 누르는 번호가 있단다. 잘 보고 따라하면 피아노를 잘 칠 수 있어.”
“손가락이 잘 안 움직이고 꼬이기만 해요. 나는 피아노 치는 게 싫어요.”
고비는 시작과 동시에 포기했어. 학자 아버지는
“고비는 처음부터 너무 쉽게 포기 하는구나. 수영은 어떠냐? 물속에서 헤엄치는 것인데, 내 생각엔 잘 할 것 같구나.”
“수영은 열심히 배울게요. 제가 좋아하거든요.”
고비는 손보다 발로 움직이는 것은 자신 있었어.
왜냐하면 대왕께 받은 한 걸음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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