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적절한 배상 위해 계속 소송…정부, 특단 대책 내놔야”

▲ 공봉학 변호사

 총 8명 변호사 모아 소송단 꾸려

범대본 소송과 비슷한 시기 소송
원고 총 1만 7113명에 기쁨 선사
“시민들 권익 보호 할 일 했을 뿐
마구잡이식 소송이 능사는 아냐
정부 긴급명령권 발동 등 검토를”


"정부는 50만 포항시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을 멈출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11.15지진의 피해를 당한 포항시민들이 적절한 배상을 받기 위한 소송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포항지진 공동소송단 대표 공봉학 변호사는 포항촉발지진 피해의 완전한 회복을 위한 정부의 특별한 결단을 촉구했다.

22일 찾아간 대구지법 포항지원 정문 앞 공봉학 변호사 사무실에는 의뢰인들과 사무원들이 뒤섞여 북적이고 있었다.

지난 16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이 "피고 대한민국은 포항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원고(포항시민)들에게 위자료 200~3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잡아보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더해진 풍경으로 짐작됐다.

변호사실 안, 넓은 탁자 위에는 각종 소송서류와 더불어 신문들이 군데군데 놓여 있었다. 공 변호사는 피곤한 얼굴을 애써 감추며 밝은 얼굴로 이번 지진소송의 승소를 기뻐했다.

이번 승소 판결을 끌어내는 데 있어서 대개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가 시민 5만명 원고를 대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범대본의 소송과 거의 같은 시기에 공봉학 변호사를 대표로 한 '포항지진 공동소송단(공동소송단)'의 노력도 이에 못지않았다.

구체적인 원고 수는 범대본 1만7287명, 공동소송단 1만7113명이다. 원고 수 뿐만 아니다. 공동소송단은 착수금 3만원, 성공보수 5%라는 기준도 최초로 정한 바 있다. 이는 향후 45만명의 시민들이 추가로 소송에 참여할 때 불문율로 적용되는 기준이 됐다.

그러면서도 공동소송단은 이번 승소 판결에 대해 기자회견 등 자축성 행사를 하지 않았다.

"우리는 시민들의 권익을 확보하기 위해 묵묵히 우리(법조인)가 할 일을 할 뿐입니다" 공 변호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렇게 말했다.

공동소송단은 2019년 3월 20일 정부가 '촉발지진'임을 시인하는 발표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꾸려졌다. 당시 정부 책임론이 확인되자 시민 다수가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는 가운데 서울 등 여러 지역의 변호사들이 소송에 참여할 시민들을 모집하며 십수만원의 착수금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공 변호사는 지역 출신으로서 유능한 김상태, 홍승현, 김정욱, 이정환, 예현지, 최한나, 배아영 변호사를 모아 공동소송단을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모든 역량과 정성을 다해 상담, 서류작성, 서류제출 등 소송 수행에 열과 성을 다했다고 그는 회고했다.

불확실했던 이번 소송이 결국 승소에 이르렀고, 법률사무소들은 시민들의 추가 접수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공 변호사는 향후 이어질 항소심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으면서도 국가를 상대한 시민들의 집단적 소송사태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향후 재판 결과가 1심 판결에 비춰 뻔히 내다보이는 데다 포항시민들에 대한 배상금의 추가 지원이 피해 회복에 훨씬 더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더 이상 소모적 송사가 계속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내놓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당장 내년 3월 20일까지 포항시민 45만명이 소송에 참가할 경우 포항지원의 재판기능이 마비를 겪는다고 예상했다. 게다가 50만 시민들의 일상의 평온도 상당히 깨지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등 부작용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 입법을 통한 특별법의 추가 제정이 시간상 불가능한 만큼 극심했던 재난에 대한 재선포는 물론 헌법상 '긴급명령권' 등을 발동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따라서 포항시는 소송 안내와 협조 등 실무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한편 국회의원은 중앙에서 정부(산자부)에 대해 강하게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공동소송단 소송의 중요한 특징이 하나 더 있다. 지진피해에 대한 피고를 오로지 '국가'로 한정했다는 점이다. 일부 타 소송단은 피고에 국가 외에도 포스코 등 일반 기업까지 추가해 위자료 배상 판결을 받아낸 바 있다.

그러나 공동소송단은 어차피 이 건은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마무리해야 할 사안으로 봤다. 포스코의 경우 사업에 참여는 했지만, 당시 정부의 권유에 따른 일종의 '위탁공공사업'의 성격이었기에 책임을 묻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포항시민과 포스코는 불가분의 상생관계인 것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사안으로 판단했다.

"이번 위자료 건 외에도 포항시민 중 특별법(최대 1억2000만원)이 지원해준 이상에 대한 인적, 물적 피해와 소송비용도 충분한 배상을 받아야 합니다. 일부 시민들은 당시의 충격으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가 하면, 고가의 기계, 도자기, 도서 등도 배상에서 누락돼 이에 대한 소송은 꾸준히 진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시민의 권리보장을 역설하는 공봉학 변호사는 포항고 31회 졸업생이며, 인문학에도 정통해 침촌인문학당 원장을 10년째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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