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예나 지금이나 아이디어에서 상품화까지의 과정은 어느 한 단계도 소홀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오래전부터 필자는 이상주의자라는 비웃음을 받으며 사는 발명가들을 본 적이 있다. 자신은 떳떳하게 발명가라는 직함을 받고 싶어 하지만 주위의 평가는 정반대였다. 이상주의자라는 꼬리표를 그들에게 단 잣대는 다름 아닌 상품화의 실패였다.

어느 분야나 비슷하겠지만 발명 분야에서의 성공 여부는 아이디어 단계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아무리 특이한 아이디어도 충분한 기술적 검토 후 발명과 특허등록 과정을 거쳐 상품화되고, 그 상품이 소비자의 사랑을 받을 때 비로소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즉 소비자의 사랑을 받으며 많이 팔리는 상품을 발명해야만 성공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극소수의 발명가들이 자신의 노력과는 관계없이 성공에 이르지 못하고 이상주의자 취급을 받기도 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도 왜 성공할 수 없었을까. 필자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관련 사례를 수집하여 분석한 적이 있었다.

오랜 발명의 역사 속에서 보았듯이 때론 작은 아이디어가 엄청난 큰 부와 명예를 안겨주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발명가 중에 극히 일부는 특이한 아이디어를 발명의 모든 것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그들은 번쩍 떠오른 특이한 아이디어에 환호하고 이를 급히 상품화하는데 열을 올렸다.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아무리 특이한 아이디어라 할지라도 아직은 발명의 전 단계이므로 무엇보다 충분한 기술적 검토를 거친 다음 발명-특허등록-상품화-판매 등에 관한 연구와 분석이 필수인데 이를 간과한 것이었다. 마치 특이한 아이디어가 모든 관문을 통과하는 프리패스(free pass)라도 되는 듯 서둘러 상품화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십중팔구 실패였다. 아무리 특이한 아이디어로 생산한 상품이라 하더라도 어느 한 부분이라도 기술적 결함이 있다면 누가 사려 하겠는가. 또한, 기존 상품에 비해 디자인이 어설프거나 가격이 비싸다면 거들떠나 보겠는가. 설령 기술적 결함이 없고 디자인 또한 특이하다 할지라도 무엇보다 유통질서라는 까다로운 통로를 거쳐 소비자에게 다가가기까지 많은 경쟁과 견제를 뚫어야 한다. 산 넘어 산이고 강 건너 바다처럼 험난하다.

그야말로 전문지식이 절대 필요한 것이다. 아니면 관련 경험이 필요하다. 이도 저도 없이 상품화를 서둔다면 불나방처럼 위태로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앞서 지적한 것처럼 충분한 기술적 검토를 거친 다음 발명-특허등록-상품화-판매 등에 관한 연구와 분석 후 상품화해야 했다. 이미 특허등록까지 마쳤다면 차분하게 진행해야지 서두를 필요는 없다. 상품화가 끝난 다음에 문제점이 발견되면 돌이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자신의 아이디어만 믿고 상품화를 서둘렀다가 실패한 경우를 적지 않게 지켜보았다. 그중 두 가지 사례만 소개한다. 첫 번째 사례는 모 교장 선생님의 사례다. 전국적인 학습교재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입상하며 발명가로도 명성을 떨쳤던 이분도 상품화에는 실패했다. 많은 입상 경력이 말해주듯 늘 특이한 아이디어를 출품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주위의 칭송도 대단했다. 여기에서 용기를 얻어 퇴직금을 자본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스스로 상품화했으나 결과는 실패였다.

또 있다. 모 발명가는 발명품 전시회에서 호평받은 출원 단계의 아이디어를 서둘러 상품화했다가 실패했다. 그의 아이디어 상품은 처음에는 꽤 인기를 끌었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고 성공의 길이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기술적 검토를 소홀히 한 상태에서 상품화를 서두른 것이 화근이었다. 상품에 조그마한 결함이 발견되면서 반품이 늘어났고 판매량은 부쩍 줄어갔다. 결과는 부도였다. 이 두 사례는 최근에도 필자의 강의에서 관심이 집중되며 질문도 이어지고 있다.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