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명 서울취재본부 임동명 기자

세기의 관심을 모았던 카멀라 헤리스와 도널드 트럼프 간의 미국 대선 TV토론은 헤리스의 판정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ABC방송 생중계로 전 세계에 방송된 두 사람 간의 토론 결론은 63(헤리스)대 37(트럼프)였다.

각 나라마다 두 사람의 당선 가능성을 놓고 득실을 따지기 마련이지만 특별히 우리나라 입장에서 지켜보는 국민들과 정가의 관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온갖 사법리스크로 이미 미국 선거판을 어지럽힌 트럼프의 재선 도전과, 4개 형사재판에 11개의 혐의로 재판과 수사를 동시에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장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형량 선고가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유로 끈질기게 재판 연기를 주장해 온 것이나 대북 송금사건 재판을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재판과 병합해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한 건에 대해서도 두 사람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이재명 대표의 이 같은 신청을 기각했지만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1심에서 중형을 선고한 수원지법을 피하고, 재판을 지연시키려 한 이 전 대표의 전략이 먹히지 않았다”는 얘기가 여의도 정가에 흘러나왔다.

“대북 송금 사건을 병합해달라는 것은 오직 재판 지연과 선고 회피를 위한 것”이라는 게 일부 법조계의 설명이다.

이재명 대표는 작년 3월 대장동·위례‧성남FC 사건으로 기소됐고 이후 같은 해 10월 추가 기소된 백현동 사건이 이 재판에 병합됐다.

1심 재판이 시작된 지 1년 6개월째지만 아직도 첫 사건인 위례 개발 비리를 심리 중이라 언제 선고될지 기약이 없다.

이 전 대표 측이 대북 송금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위증교사 등 다른 재판에 병합해달라고 추가로 신청하거나, 수원지법 재판장인 신진우 부장판사를 상대로 기피 신청을 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재판을 지연시키고 선고를 늦추기 위한 수단 중의 하나라는 것이 대체적인 중론이다.

트럼프 후보는 현재 총 4건의 형사 기소를 당한 상태지만 미국 내 여러 법원에서 91개의 형사상 중범 혐의 기소와 민사소송으로 재판 진행중이다.

다만 지난 2016년 대선 직전 과거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개인 변호사를 통해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13만달러(약 1억7000만원)을 지급한 뒤 그 비용과 관련된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5월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라고 평결했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선고 공판이 미뤄졌다. 묘한 데자뷔다.

이재명 대표는 이런 사법리스크의 연타 속에서도 최근 비공개 회의에서 "다가올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대선 이후 내각을 구성할 수 있는 인사를 폭넓게 섭외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7년 대선이 아직 한참 남은 시점이지만 사실상 '섀도 캐비닛(그림자 내각)' 구성을 지시하며 본격적인 대선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면서 민주당 인재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가 “당내 인사들도 적절하게 재배치하고 외부 전문가들을 많이 영입했으면 좋겠다”, “당 안팎 분들이 또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게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은 있다”고 했지만 내각 구성 준비에 대한 보도는 “좀 부풀려진 면이 있다”고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수많은 사법리스크를 안고 대선 가도에 뛰어든 트럼프나, 11개 혐의에 더해 또 다른 검찰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지향점은 묘하게도 겹친다.

그럼에도 트럼프나 이재명의 위세는 당당하다. 아마도 그들을 극렬 지지하는 팬덤 때문일 것이다. 진영 논리를 떠나 지금 국민들은 이 같은 상황을 그냥 즐기기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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