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하 경북도의원·시인

다시 가정의 달 5월이 저물어 가고 있다.
일찍이 독일의 국보급 서정시인 하이네는 5월을 눈부시게 아름다운 계절이라 했지만 우리에게 5월은 낭만적인 표현과 함께 사랑이 넘치는 가정의 달이라는 의미로 훨씬 정겹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부부의 날을 보냈고 넓게 해석하면 가족과 다름이 없는 스승의 날, 성년의 날도 지나갔다. 뒤돌아 보면 챙겨야 할 기념일도 많았고 결혼 축의금까지 더해지면 금전적인 지출이 많아서 마음이 편치 않을 수도 있지만 그건 작은 한 부분에 불과하다. 남을 이기고 짓밟아야 하는 삭막한 경쟁의 사회에서 이 세상 어떤 고난과 좌절도 다 막아주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 포근한 보금자리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경제적 문제는 즐거운 마음으로 한번 웃으며 지나칠 수 있는 일로 여겨 진다.
얼마 전 우리는 가족이 곁에 있는 것 만으로 고맙고 행복하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잔잔한 감동의 소식 하나를 접했다. 바로 LPGA 장하나 선수가 가족이 있는 한국으로 복귀한다는 공식 발표였다. 세계랭킹 10위이자 상금랭킹 9위의 장하나 선수가 2019년까지 이미 돈과 명예가 확실히 보장된 LPGA 투어 출전권을 확보해두고 내린 결정임을 감안하면 참으로 쉽지 않은 결단이 아닐까 짐작이 된다.
늦둥이 장하나는 LPGA 투어 진출 후 아버지와 먼 객지 생활을 하면서 한국에 홀로 남겨진 어머니가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가족이 훨씬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복귀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세계 최고가 되는 것보다 가족과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훨씬 소중하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당찬 결단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끔 만약 나에게 가족이라는 존재가 없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곤 한다. 해마다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 되면 국민의 2/3가 고향을 찾는 민족대이동 귀성 행렬에 동참하는 장관이 연출된다. 외국인들은 휴가철이 아니고는 이 같은 낯선 광경을 보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도대체 무엇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악조건을 마다하지 않고 우리의 발길을 고향으로 향하게 하는 것일까?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민족 대이동의 시작과 끝은 바로 ‘가족’이라는 단어로 귀결되지 않을까 싶다.
영국 축구의 전설로 불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퍼거슨 감독을 프리미어리그 13차례의 우승을 포함, 총 35회의 우승컵을 들어올린 명장 중의 명장이다. 맨유를 2012~13년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으로 올려놓고 전격적으로 은퇴를 발표했을 때 소속 구단과 수많은 축구 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의 은퇴는 번복되지 않았다. 물러날 때의 연봉은 150억이었고 우승 보너스와 각종 수당을 예상하면 천문학적인 거액이 보장된 수입을 뿌리친 것이다. 무척이나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을까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지휘봉을 내려 놓는 은퇴 기자회견에서 구단, 경영진, 의료진, 코칭스태프, 선수, 팬들에게 차례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그가 마지막으로 고마움을 표한 사람은 바로 가족들이었다. “저는 이제 저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낸 아내와 손자, 손녀가 있는 가정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조기 은퇴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가족이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PGA 캐나다 오픈에서 절정의 샷 감각으로 2R까지 13언더파로 단독 선두를 달리던 헌터 메이헌은 엄청난 상금이 기다리는 강력한 우승후보였지만, 아내의 출산소식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달 받고는 상금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듯 바로 경기를 포기하고 가족 곁으로 달려갔다.
한국의 전설적인 국민 화가로 불리는 이중섭이 파란만장한 생애 동안 부여잡고 매달린 주제도 역시 가족이었다. 이 세상의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족은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 행복한 가정의 달 5월이 가기 전에 나에게 가족의 존재와 의미가 무엇인가를 한번쯤 생각해 보는 사색의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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