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직후 경쟁팀 소년팬의 휴대전화를 바닥으로 패대기쳐 파손시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잉글랜드축구협회(FA)의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간) BBC, AP 통신 등에 따르면 FA는 지난 4월 경기에서 호날두의 행동이 부적절하고 폭력적이었다는 이유로 뒤늦게 그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호날두는 지난 4월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에버턴과 원정 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라커룸에 들어가던 중 통로에서 사인을 요청하는 14세 에버튼 팬의 손을 세게 내리쳐 휴대전화를 파손시켰다. 그런데도 사과 한마디 없이 라커룸으로 퇴장했다. 

현장에 있던 관중이 이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 소년팬이 타박상을 입었고 자폐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호날두의 과격한 행동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호날두는 결국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내가 화를 낸 것에 대해 사과하고 페어 플레이 정신과 스포츠맨 정신으로 올드 트래포드에 초대하고 싶다"며 사과문까지 냈지만 비난은 그치지 않았다.

아이의 어머니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사건 발생 후 호날두와 몇 차례 연락을 취했다"며 "아들의 손에 멍 자국이 있음에도 그는 차거나 때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라며 호날두의 비매너를 비난했다.

이어 "사건이 커지면서 나와 내 아들은 일부 사람들의 표적이 되어 비난을 받았고 이후로는 집 밖을 나가는 게 무서워졌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이에게 "호날두가 맨유에 초대한다는데 가고 싶니?"라고 물었는데 아이는 "아뇨. 나는 호날두를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동 구호 NGO(비정부기구)인 세이브 더 칠드런은 호날두의 앰버서더 자격까지 박탈 했다.

이후 호날두는 폭행 및 기물 파손 등 혐의로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현지 경찰 당국은 소년팬 핸드폰 파손 사건을 조사한 끝에 지난 8월 경고 처분을 내리고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호날두가 이번 징계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맨유 구단은 "FA의 발표에 유감을 표한다. 이번 건에 대해 호날두를 먼저 지지할 수밖에 없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미국 ESPN은 호날두가 이번 제소에서 경고와 벌금 수준의 징계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4월  호날두가 경기에 패한 뒤 라커룸으로 들어가며 소년팬의 휴대전화를 바닥으로 내리치는 모습/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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