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넘었다. 몇 년간 우리를 괴롭혔던 코로나와의 전쟁은 이제야 끝날 기미를 보이는 것과는 반대로 이 전쟁은 아직도 끝날 조짐이 안 보인다. 부정확한 보도지만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영토의 20%를 줄테니 전쟁을 끝내자고 제안했다는데 사실이라면 우크라이나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다.

그런데 이 전쟁으로 전 세계가 고통을 당하고 있다. 요즘 전쟁은 전쟁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안심할 수 없다. 옛날과 달리 무기의 이동 수단이 발달해서 전장이 확대되는 속도가 빠르다. 또한 제4차 산업시대라서 국가와 산업들의 경계가 모호해져서 인위적인 국경이 의미가 없는 경우가 있다. 다른 나라 국민들도 강 건너 불구경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전쟁에서 군인만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다. 예로부터 전쟁이 일어나면 군인보다 민간인이 더 많이 죽는다는 말이 있었다. 시간적으로 전쟁이 끝난 뒤에도 피해가 지속된다. 전쟁의 앙금은 오래간다. 당사국 국민 간 감정의 골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남아서 회복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감정 뿐만 아니라 실제로 후유증도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 곳곳에 6·25 때 불발탄이 발견되기도 한다. 휴전선 비무장지대에는 6·25 때 매설된 지뢰가 아직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사고를 일으키곤 한다. 임진강변에서 북에서 떠내려 온 목함지뢰로 피해를 입었다는 뉴스도 종종 나온다.

이뿐 아니라 전쟁으로 파괴된 삶의 터전은 복구할 때까지 당사자의 삶을 고달프게 한다. 전쟁위험으로 국제자금의 투자도 머뭇거리게 만든다. 경제적 피해는 이래저래 커진다.

이런 전쟁은 우리의 삶에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있다. 전쟁영화는 젊은이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실제로 전쟁을 겪지 않는 세대에서도 전쟁문화에 익숙하다. 은연 중에 전쟁용어를 사용하는 청소년들도 많다. 전쟁의 실상을 모르면서도 전쟁용어를 남용하는 젊은이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전쟁과 관련된 용어 중 실탄과 폭탄이 있다. 실탄은 개인이 활용할 수단이다. 주로 자금과 같은 적극적인 자원이다. 이에 비해 폭탄은 당사자가 입는 수동적인 피해다. 실탄은 사용하는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지만 폭탄은 가만히 앉아서 당하기 때문에 더 자극적이다.

폭탄은 대량살상 수단의 대명사다. 폭탄의 종류도 많다. 사용이 금지된 비인도적인 폭탄도 있다. 이번 전쟁에 핵폭탄이 사용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폭탄은 적군 뿐만 아니라 아군에게도 종종 피해를 준다. 엉뚱한 곳에 폭탄이 날라가는 오폭도 많다. 불발탄이나 빗나가는 폭탄의 피해로 전장이 아닌 곳에서 피해를 입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주변지역도 안심할 수 없다.

상징적 의미의 폭탄도 있다. 주로 공공요금이 오르는 현상에 폭탄이란 용어가 사용되곤 한다. 자극적이고 익숙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여름철 전기요금 폭탄이란 용어도 있었다. 이런 폭탄은 물리적 거리의 한계를 넘어 전 세계를 휘젓는다. 충격이 더 크다는 의미다.

요즘 우리나라에 난방비 폭탄이 문제가 되고 있다. 겨울철에 부담해야 할 난방용 도시가스 요금이 올랐기 때문이다. 난방비 폭탄의 원인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결정적이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그 여파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나라에까지 미치는 것이다.

에너지 자원이 있는 지역의 분쟁은 전세계에 파급효과가 미친다. 세계 경제는 촘촘한 공급 체인으로 연결되어 있어 한 곳에서의 장애는 전체에 피해를 주게 마련이다. 중동전쟁으로 발생한 석유파동은 세계 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던 과거의 기록도 있다.

전 달에 비해 배로 뛴 1월의 난방비 청구서를 보니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실감하게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현지인만큼은 아니지만 전세계 서민들이 고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빨리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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