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설날이 지나고 2월의 후반이 되어 지겨웠던 겨울이 지나가고 이제야 봄이 온다는 기대를 한다. 일부 성급한 식물들은 벌써 푸른 싹을 틔우고 있고 심지어 꽃을 피운 식물도 있다. 그러나 아직 봄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겨울과 봄이 법적으로 분리되는 것은 아니지만 2월이라는 달력의 숫자는 아직 겨울이라고 느낌을 주고 있다. 2월에 입춘, 우수 같은 봄을 상징하는 날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전통적인 절기이고 우리 생활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는 공식적인 날은 아니다. 사람들의 인식으로는 3월이 되어야 진짜 봄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날씨는 그리 춥지 않아서 사실상 이른 봄과 구분이 되지 않고 또한 3월초에 꽃샘추위로 지금보다 더 추운 경우도 있지만 2월은 3월과 달리 엄연한 겨울이다. 특히 2월 29일과 3월 1일은 하루 차이밖에 안 나지만 심리적으로 다르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학교에서 3월이 되어야 입학이나 개학을 하고 봄방학을 통해 2월과 3월을 확실히 구분한다. 직장에서도 3월 1일이 삼일절로서 공휴일이다 보니 2월과 3월을 확실히 구분하는 효과가 있다.

계절의 순환은 계속된다. 기나긴 겨울을 보냈으니 봄이 와야 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맞아 겨울잠을 자던 생물들이 동면에서 깨어나 활동하기 시작한다. 1년생 생물은 드디어 삶을 시작한다. 식물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고 개구리는 낳은 알이 올챙이가 되고 다리가 돋아나 성체로 자라는 과정을 시작한다. 단년생 곤충들은 변태를 하면서 성충으로 변해간다.
봄에 시작되는 사람의 활동도 많다. 학교는 봄부터 신학기를 시작하고 많은 스포츠도 봄철에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다. 농사도 봄철에 시작한다. 곧 영농철되면 정신없이 바빠질 것이다. 다행히 지난 겨울에 비가 많이 와서 올해는 봄 가뭄은 없을 것으로 기대를 하지만 어찌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새로운 한해의 진정한 출발이 되는 봄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런데 올해 봄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최근 봄이면 당연히 와야 하는 현상들이 오지 않거나 생각하지도 못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는 또 어떤 이상한 현상이 나타날지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과학의 힘으로도 어찌 못하는 날씨와 변화와 이에 파생되는 부수적인 변화가 많다. 기상이변과 지구온난화 때문에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봄가을이 짧아지는 경향이 완료형이 아니고 진행형이기 때문에 변화는 계속 될 것 같다.
통상 봄은 해빙기라고 하는데 우리지역은 최근 겨울이 별로 춥지 않아서 아예 얼지를 않았으니 해빙도 없을 것 같다. 거리에는 작년 겨울에 시들은 낙엽이 아직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는 가로수들이 보이고 있어 봄과 가을이 혼합된 느낌도 든다.
봄의 상징인 미세먼지는 예전에는 봄철에만 황사로 존재했는데 요즘은 겨울부터 일반화 되었다. 작년에는 벚꽃이 일찍 피었다가 일찍 지는 바람에 봄의 꽃놀이 관광이 이상하게 된 해프닝도 있다.

이런 모습은 분명 어릴 때부터 보던 계절의 추이와는 다른 모습이다. 올봄의 날씨도 지난 몇 년간 이어온 변화를 계속할지 아니면 다른 변화가 시작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추운 겨울에서 더운 여름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예측못한 복잡한 변수에 의해 예상과는 다른 변화가 오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도 혼란스럽다. 2020년 코로나 때문에 춘래불사춘이 얼마전이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이런 큰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대신 4월의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과열되고 분열된 사회현상이 우려스럽다. 의대생 증원에 대한 의사의 반발로 의료대란의 조짐도 심상찮다.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결승 탈락과 선수들간 불협화음도 시끄럽다. 클린스만 감독이 사퇴하고 하극상을 일으킨 모 선수도 코너에 몰려 있다. 이런 현상도 날씨 만큼이나 복잡한 변수로 예측 못할 현상들이다.

개인적으로는 내인생은 봄 보다는 가을에 가깝다. 봄을 맞아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자 준비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모양이다. 요즘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노년을 준비해야 하는 내 인생의 노후 행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가 가장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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