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한국시간) 에버튼전에서 0대 2로 패배한 리버풀의 선수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AP 연합뉴스 제공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리버풀 FC의 패턴은 이제 익숙한 수순이 되어버렸다. 시즌 초반에는 강력한 전력과 뛰어난 전술로 상위권을 달리며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지만, 시즌이 깊어갈수록 예기치 않은 문제들이 발생하여 결정적인 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2023-2024시즌 역시 시즌 중후반까지 1위를 지키던 리버풀은 25일(한국시간) 에버튼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하며 4경기를 남겨둔 지금 시점에서 우승 가능성에서 상당히 멀어진 모양새가 됐다.

많은 이들이 리버풀의 이러한 문제를 두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지만, 가장 크게 지적되는 부분은 바로 '부상'과 '선수단의 깊이' 그리고 '리빌딩에 대한 구단의 의지'이다.

△부상은 매 시즌 리버풀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프리미어리그는 그 어떤 리그보다도 치열하고 빠른 경기가 펼쳐지는 곳이다. 높은 강도와 밀도 높은 경기 일정은 선수들에게 극심한 체력적, 정신적 부담을 주며 이는 자연스레 부상으로 이어진다. 리버풀은 특히 핵심 선수들의 부상이 잦은 편이며, 이는 전술적 유연성과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핵심 선수들이 잦은 부상으로 라인업에서 이탈하게 되면, 당연히 팀의 전력은 약화된다.

올 시즌만해도 리그 중반부터 모하메드 살라, 다르윈 누녜스, 디오구 조타,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앤드류 로버트슨, 알리송 베케르 등 주전 자원들이 줄줄이 부상에 빠지며 위기를 겪었다. 주력 미드필더 티아고 알칸타라는 아예 거의 출전하지도 못했다.

지난 2월 25일 열린 카라바오컵 결승전을 보면 이러한 문제가 더욱 두드러진다. 이날 리버풀은 첼시를 상대로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이때 선수단은 17~19세의 어린 유스자원을 대부분 출장시킨 아주 '헝그리'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리버풀은 이런 부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문제는 이러한 노력이 경기력 유지에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선수단의 깊이 또한 중요한 이슈로 대두된다. 주전 선수가 부상당했을 때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는 동등한 능력의 선수가 없다면, 팀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지기 쉽다. 리버풀은 특히 리그 후반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선수단의 깊이 부족이 두드러지곤 한다. 어린 유스 선수들이 예상 이상의 실력을 내며 선전하고는 있지만 리그가 종반으로 치닫을수록 선수단 뎁스가 타 빅클럽에 비해서 얇은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이로 인한 경기력 저하는 불가피하며, 이는 리그 막판에 성적 하락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구단의 리빌딩 의지가 약하다는 점도 팬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지적되는 문제이다. 큰 영입이 가끔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팀의 필요한 부분에 즉각적으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만 하더라도 리버풀의 미드필더진은 위기 그 자체였다. 주장인 조던 헨더슨과 팀의 중심을 책임지던 수비형미드필더 파비뉴가 모두 사우디 리그로 이적하면서 큰 공백이 생겼다. 하지만 리버풀 구단은 우승 트로피를 노리는 팀 답지 않게 미드필더진 보강에 굉장히 소극적이었다. 연결이 될 뻔 했던 엔조 페르난데스나 주드 벨링엄같은 대어들은 첼시나 레알마드리드같은 팀으로 모두 뺏겨버렸다.
핵심 포지션의 보강이 한박자 늦는다는 점은 시즌 중반 이후 팀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리버풀은 전략적인 영입을 통해 즉시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수들을 찾아야 한다.

또한, 구단이 지속적으로 투자를 아끼며 장기적인 리빌딩보다는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면, 이는 결국 성공적인 리그 마무리를 위한 '뒷심' 부족으로 이어진다. 리버풀이 진정한 우승 후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구단 차원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투자와 전략적 리빌딩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리버풀의 뒷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부상 관리를 넘어서 선수단의 깊이를 강화하고, 구단의 리빌딩 의지를 강화하는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이것이 결국 팬들이 절대적으로 원하는 리그 우승의 기쁨을 선사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위르겐 클롭 감독이 팀을 떠나기로 약속한 터라 리버풀 팬들은 더욱 걱정이 커진 상황이다.
리버풀의 차기 시즌이 이러한 문제의 해결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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