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정상 공격수 칭호 불구
10년 넘게 메이저 트로피 없어
강호 뮌헨 이적 했음에도 여전

9일(한국시간)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에게 패배해 탈락을 확정지은 바이에른 뮌헨의 해리 케인이 머리를 감싸쥐고 좌절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9일(한국시간)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에게 패배해 탈락을 확정지은 바이에른 뮌헨의 해리 케인이 머리를 감싸쥐고 좌절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한국 축구 팬들에겐 손흥민과의 ‘손케 듀오’로 더 잘 알려져 있는 해리 케인이 UEFA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에서 탈락하면서 불운하게도 또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데 실패했다.

이쯤 되면 정말 ‘운명’이라고 해야할 판이다. 프로 생활을 하면서 메이저 대회 우승 경험이 없는 선수는 수도 없이 많지만, 문제는 해리 케인은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 칭호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뛰어난 개인 성적과 팀 우승의 부재라는 극명한 대조는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케인은 10년이 넘는 프로 생활을 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토트넘 핫스퍼 소속으로 득점왕만 3회, 이달의 선수는 7회를 수상했다. 또한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장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 골든부트도 수상한 ‘월드 클래스’다. 하지만 소속팀과 국가대표팀 그 어느 곳에서도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케인의 불운한 팀 커리어는 축구 팬들 사이에서 ‘무관력’이라 불리며 때로 농담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EPL 토트넘 핫스퍼에서 총 435경기 280골을 기록했지만 리그 우승은 고사하고 잉글랜드 FA컵 트로피조차 못들어본 그는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토트넘 팬들은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우승컵을 간절히 원하는 케인의 마음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뮌헨은 명실상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강력한 팀이다. 특히 독일 분데스리가 내에선 압도적인 성적을 자랑한다. 무려 2012-13시즌부터 단 한 차례도 놓치지 않고 2022-2023시즌까지 11년 동안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당연히 올 시즌에도 우승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던 뮌헨은 케인의 이적 이후로 거짓말처럼 하나의 우승컵도 들어올리지 못했다. 리그는 무패 기염을 토하고 있는 사비 알론소의 레버쿠젠에 밀렸고, DFB 포칼컵은 32강서 3부리그 자르브뤼켄에게 졌으며, 마지막 희망이었던 UEFA 챔피언스리그 역시 준결승전서 레알 마드리드에게 역전골을 내주며 패배했다.

케인의 개인 기량은 여전했다. 오히려 더욱 성장했다. 현재까지 분데스리가에서 36골을 기록했으며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선 8골을 넣었다.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유럽 무대서 가장 많은 득점을 넣은 선수에게 주어지는 ‘유러피언 골든슈’까지 받을 확률이 매우 크다. 그야말로 ‘무관의 저주’라 불릴 정도의 역설적인 행보다.

많은 이들이 케인의 이러한 징크스를 놓고 전술적 유연성 부재나 팀원과의 조화 미스, 심리적 한계 등 문제점을 분석하고 있지만 명확한 해결책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수이지만, 팀과 함께 큰 성공을 이루지 못하는 점은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단순히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기엔 개인 커리어와 팀 커리어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단 점은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

케인의 남은 축구인생에 대한 평가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직 30세의 케인은 앞으로 창창하며 그의 ‘무관력’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그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지, 다가오는 시즌들에서 그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은 축구 팬들에게 흥미진진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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