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2인자' 타이틀 벗고 역사에 이름 새긴 레버쿠젠
알론소 감독, 지휘봉 잡은지 1년 반만에 역대급 성과
젊은 패기로 다양한 색채의 유연한 전술 돋보여

19일(한국시간) 아우구스부르크를 2대 1로 꺾고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한 레버쿠젠의 알론소 감독과 선수들이 우승컵인 '마이스터샬레'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AFP 연합뉴스 제공
19일(한국시간) 아우구스부르크를 2대 1로 꺾고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한 레버쿠젠의 알론소 감독과 선수들이 우승컵인 '마이스터샬레'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AFP 연합뉴스 제공

독일 분데스리가의 레버쿠젠이 결국 '무패 우승'이라는 역사에 남을 만한 대기록을 세웠다.

무패 우승을 달성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프로축구 리그에서 엄청난 성취이지만, 레버쿠젠이 이를 이뤄낸 방식은 특별히 기념할 만하다.

올 시즌 리그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레버쿠젠의 우승을 점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10년이 넘도록 리그 우승 왕좌를 내주지 않는 독일 축구의 절대 일강으로 불리는 바이에른 뮌헨의 존재 때문이다. 

또한 레버쿠젠은 올해로 창단 119주년을 맞이한 명문팀이다. 하지만 100년이 넘는 역사 동안 단 한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준우승만 5회를 차지하며 우승을 절대 하지 못한다고 '네버쿠젠'(Neverkusen)이라는 멸칭까지 붙은 팀이다.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 전 감독이 지난 1983년부터 1989년까지 몸 담았으며, 손흥민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뛴 클럽으로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도 이름만은 널리 알려져 있는 팀이지만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멀었다.

무패우승을 자축하는 레버쿠젠 선수들. 사진=AFP 연합뉴스 제공
무패우승을 자축하는 레버쿠젠 선수들. 사진=AFP 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지난달 15일(한국시간) 조기우승을 미리 확정지은 레버쿠젠은 남은 경기에서도 패배를 하지않으며 창단 후 첫 우승을 무패우승으로 이뤄냈다. 

무패 우승을 이뤄낸 팀은 유럽 4대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단 10팀에 불과하다. 현대로 한정하면 AC밀란(1991-1992), 아스날 FC(2003-2004), 유벤투스(2011-2012) 단 세 팀 뿐이었다. 


레버쿠젠의 이러한 돌풍에는 '사비 알론소'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스페인 프로선수 출신의 알론소는 올해로 불과 42세 밖에 안됐다. 리버풀,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등 명문팀에서 선수생활을 보낸 후 지휘자로 변신한 그는 지난 2022년 처음 1군 프로팀을 지휘하기 시작한 말그대로 '초짜배기' 감독이다. 

프로 선수로 우수한 기록을 세웠다고 감독까지 잘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수많은 선수 출신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은 후 실망스런 전술을 보인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초짜' 알론소 감독의 리더십 아래에서 레버쿠젠은 하나로 뭉쳤다. 감독 부임 1년 반만의 믿지 못할 성과다.

알론소는 특히 중앙 미드필드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고, 이는 팀이 경기의 흐름을 지배하고 공격적 기회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체적으로 짧은 숏패스 플레이를 중심으로 펼치다 속공으로 전환하는 그의 변화무쌍한 전술은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팀 전체가 하나로 움직이는 조화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전술에 있어서도 매우 유연한 접근을 보여줬다. 그는 상대와 경기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전술을 적용하며, 때로는 보수적으로, 때로는 매우 공격적으로 경기를 이끌었다. 이러한 전술적 유연성은 레버쿠젠이 각 경기마다 최적의 전략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상대 팀을 끊임없이 추측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사비 알론소 레버쿠젠 감독. 사진= AFP 연합뉴스 제공
사비 알론소 레버쿠젠 감독. 사진= AFP 연합뉴스 제공

이는 알론소 감독이 '초짜 감독'이기 때문에 더욱 가능했던 것이다.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면 사람은 고착화되기 마련이다. 수십년씩 명장 소리를 듣던 감독들도 꽉 막힌 '아집'이 결과를 망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알론소 감독은 전술로보나 팀 관리로보나 젊은 패기와 유연성을 먼저 보여줬다. 전술은 독창적이고 변화무쌍했으며, 젊은 선수들과의 소통에도 능숙해 이들의 잠재력을 발휘시켰다. 이러한 에너지와 열정은 팀이 시즌 내내 지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기여했다.


알론소 감독은 타팀들의 수많은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다음 시즌에도 레버쿠젠에서 계속 감독 생활을 이어갈 것 의사를 보였다. 이제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그의 행보가 앞으로 어떤 추가적인 성과를 이뤄낼 지 지켜보는 것은 모든 축구 팬들에게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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