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리망의(見利忘義)는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이다.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혀 자신의 처지를 잊어버린 모습을 가리킨다. 반대되는 말은 견리사의(見利思義)가 있다. 이익(利益)을 보면 인의(仁義)를 생각하라는 뜻이다.

견리망의는 중국 고대 철학자 장자(莊子)에서 유래했다. 어느 날 정원의 밤나무 숲을 거닐다가 조릉(雕陵)이라는 남방에서 온 기이한 까치 한 마리가 나무에 내려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까치를 잡으려고 새총을 쏘려 하는데 이상하게도 까치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까치는 앞의 사마귀를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마귀는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기분 좋게 맴맴 거리는 앞의 매미를 노리고 있는 게 아닌가.

순간 장자는 깜짝 놀랐다. "눈앞의 이익과 욕심에만 정신에 팔려 정작 자신의 등 뒤에서 다가오는 화근을 못 볼 수가 있구나" 하고 탄식했다. 장자는 얼굴이 화끈거려 새총을 내던지고 몸을 돌려 뛰기 시작했다. 그 때 숲지기가 그런 장자를 보고 도둑인 줄 알고 마구 욕을 퍼부어 댔다. 집으로 온 장자는 사흘 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까치와 사마귀, 매미는 물론 자신마저도 이욕(利欲)에 빠졌고, 급기야 숲지기로부터 욕까지 먹은 일이 너무 한심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지난 4월 10일에 실시된 총선이 끝났지 4개월 다 되어간다. 잘못을 감추거나 애써 외면하면서 표를 달라는 여당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준엄한 회초리를 휘두른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오만과 자만에 빠져 권력을 휘두른 후과(後果)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정부 여당이다. 앞뒤 재지 않고서 국회의원 의석수에만 정신에 팔려 총선에 임한 여권의 무책임한 행태는 정작 자신의 등 뒤에서 다가오는 화근을 못 보는 견리망의(見利忘義) 그 자체다.

더불어 이는 여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산이나 관련 규정은 외면한 채 비현실적이고 비합리적인 입법 공약을 수없이 남발한 야당 국회의원들도 자신들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무슨 공약이든지 무슨 말이든지 내뱉는 정치인들에게 까치, 사마귀, 매미같이 자기 등 뒤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지금 우리 사회에는 견리망의가 너무 비근​(卑近)하다. 정치인이라면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건만 나라야 어찌 되건 말건 당리당략만을 앞세우는 이가 너무 많다. 이렇게 자기의 이로움만 따른다면 당장은 편하겠지만 결국은 모두가 공멸하게 된다.

한편 상주시 지방정치도 현재 우리나라 중앙정치에서 행해지고 있는 폐단이 그대로 복제돼 행해지고 있어 지방자치제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이제는 국회가 달라져야 나라 정치가 바뀐다. 국회가 그들이 편리할 대로 법을 만들어 자기들만의 정치풍토를 만들었다. 국회의원들이 지방정치만이라도 내려놓고 정말 국민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겠다면 기초의원과 단체장 공천을 포기하는 일이 우선 되야 한다.

국회의원이 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원 구성까지 간섭하며 차기 총선에 대비할 일만 생각하고 있다면 그러고도 국민의 대표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정치란 말 그대로 세상을 바르게 다스리는 일임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이제는 국회가 욕심을 버리고 지방정부가 특색을 살리며 발전할 수 있게 기초자치단체를 놓아주어야 한다.

견리망의(見利忘義)의 뜻을 바로 새겨 중앙정치, 지방정치 할 것 없이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성찰의 기회로 삼아 그를 통해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내고 미래 희망을 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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