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경식 울릉군의회 의원

   

   

1900년 10월 25일은 고종황제가 칙령 제41호를 제정·반포한 날이다.

이 칙령에는 '울릉도를 울도라 개칭해 강원도에 부속하고, 도감(島監)을 군수로 개정(중략), 울릉전역과 죽도, 석도(현재 명칭 독도)를 관할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것이 중요한 것은 정부가 고시를 통해 독도를 '울릉군수가 행정적으로 관리한다'는 사실과 대한민국 영토임을 거듭 확인하면서 천하 만방에 공식적인 문서로 알렸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이 독도 영유권의 주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시마네현 고시 제40호, 즉 독도를 다케시마라 칭하고 시마네현 소속 오키 도사(島司)의 관할로 편입한 일자는 1905년 2월 22일이 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고시문이 국가 간의 영유권 논쟁에 있어 비교 대상이 될 수는 없지만, 대한민국 정부의 고시가 일본의 시마네현보다 4년 4개월 이전에 이뤄졌기에, 1900년 10월 25일은 독도의 영유권 역사에 있어 큰 획을 그은 가장 중요한 날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세기를 넘어서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일본의 독도 침탈 야욕은 우리보다 한발 빨리 움직였다.

1905년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불법 고시를 자행한 일본의 시마네현은 그로부터 100년이 되는 해인 2005년도에 매년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한다는 조례를 제정·통과시켰다.

다음 해인 2006년 2월 22일에는 제1회 다케시마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성대하게 개최했으며, 올해까지 19회에 이르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첫 시작은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행사였지만 2013년도부터는 정부인사(차관급)가 공식 참석하는 기념식으로 격상됐으며, 이 시점을 계기로 일본은 교과서 개정, 국방백서 등 독도 영유권 침탈 야욕을 당연하다는 것처럼 나타내기 시작했다.

속된 말로 일본이 시마네현이라는 지방자치단체를 이용해 독도침탈 선방을 날린 격이다.

그로부터 19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와 국민은 2월 22일만 되면 일본의 다케시마의 날 철회 요구와, 독도침탈 야욕에 대한 분노를 표출해 왔지만, 어찌 보면 우리만의 아우성으로 끝난 모습인 듯하다.

제대로 받아치기 위해서 독도 단체들이 나섰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독도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하자는 청원을 했지만,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주먹 한번 뻗어보지 못한 꼴로 오늘에 이르렀다.

무려 4년 4개월 앞서 독도가 우리 땅임을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보다 19년이나 뒤 쳐진 이 시점에도 독도의 생일을 못 찾아 주는 모습에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2023년 어느날, 더 늦기 전에 울릉군의회에서 나서기로 했다.

울릉도 주민에게 독도는 1883년 섬 개척 이후 집 앞 텃밭처럼 이용했을 만큼, 삶 속에 각인된 생활반경이었다. 행정적으로 울릉군의 관할인 '독도리'로 소속돼 있어 입법의 당위성은 충분했다.

돌이켜 보면 1953년 혼란의 시기, 맨몸으로 지켜온 독도의용수비대원들 또한 울릉도 청년들이었다. 1960년대부터 독도에 최초로 거주해온 최종덕씨 또한 자랑스런 울릉도 주민이었다. 독도의 생일 또한 울릉군민의 손으로 찾는 것이 맞는 이치였다.

지방자치단체의 입법인 조례를 제정하는 데에는 2가지 방법이 있었다.

그 하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조례(안)를 발의하고 의회의 의결을 거쳐 제정하는 것과, 나머지는 지방의회에서 의원이 조례(안)을 발의하고 의회의결을 거쳐 제정하는 것이다.

공경식 울릉군의원은 당시 울릉군의회 의장 자격으로, 독도의 모섬(母섬)인 울릉군수가 직접 10월 25일을 '독도의 날'로 지정하는 조례를 발의하고 의회와 협력해 제정하게 된다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제안을 울릉군에 보냈다. 그러나 울릉군은 군의회에서 하는 것이 좋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공 전 의장은 안타깝기도 하고, 울릉군수가 정부 눈치를 보는 이유가 아니길 바라며, 지난 3월 의원간담회에서 조례 제정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 결과 울릉군의회에서는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것으로 마음을 모아 10월 25일을 독도의 날로 하는 조례를 발의했다. 2024년 5월 7일, 울릉군의회 제278회 임시회 제 2차 본회의에서 의원 전원 찬성으로 조례(안)은 가결됐다.

그는 군의장의 신분이자 대표발의 의원으로서 조례(안) 제안설명을 하는 내내, 벅차오르는 감정을 짓누르기 힘들었으며, 감격스러운 날이 아닐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땅 땅 땅' 독도조례를 의결한다는 세 번의 의사봉 소리와 함께 독도는 비로소 잊혀진 생일을 찾았다. 123년의 세월을 지나 이제야 독도가 축하 받아 마땅한 날이 생긴 것이다.

2개월이 지나면 독도 첫 돌인 10월 25일이 된다. 울릉군민의 날 또한 10월 25일이어서 울릉도와 독도는 겹경사를 자축하게 된다.

울릉군수는 조례 제정에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독도 생일을 기념하는 첫 행사인 만큼 완벽하고 세심한 준비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 의원은 가만히 눈을 감고 10월 25일, 독도의 날 기념식장을 생각해 본다.

일본에는 차관급이 참석하니, 우리는 장관을 넘어선 국무총리 아니면 대통령이 울릉도를 방문해, 1만여 울릉군민과 더불어 축하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는 노랫말이 현실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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