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지루한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는 9월에

드디어 지난주 서울의 연속적인 열대야가 마감되었다고 한다. 지난 8월 24일 34일이나 지속되던 서울의 열대야가 끝났다는 뉴스가 떴다. 그리고 31일에는 38일만에 폭염특보도 해제되었다. 기다리니 9월과 함께 가을이 오는 것이다.
다만 바로 가을 날씨는 안 오는 것 같다. 역시 무더위가 다시 왔다. 더위가 끝나려면 며칠 더 지나야 할 것 같다. 올해는 추석도 일찍 오기 때문에 가을의 기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지루한 더위는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것 같다,
최근 지루한 기다림이 많았다. 코로나 때문에 숨 막히는 시간을 보낸지도 얼마 되지 않지만 까마득하게 여겨진다. 최근에는 의료사태 때문에 병원에도 함부로 갈 수 없다. 여기에다 여름마저 길어지니 지루함의 연속인 듯하다.

어쨌든 오게 되는 가을을 기다리며 지난 여름을 돌아보니 올해는 여러 가지로 특이했다. 무더운 날이 유난히 계속되었다. 보통 예전의 여름은 도중에 선선한 날이 한 두번 오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가을이 온다는 입추나 처서가 의미가 없을 정도였다. 태풍도 힘을 쓰지 못했다. 초강력 태풍이라는 ‘산산’이 부산을 제외한 우리나라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장마가 언제 끝났는지도 불분명했다. 늦봄과 초여름에 유난히 비가 많이 왔는 것 같은데 갑자기 가뭄이 문제가 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 기상청의 해석도 명쾌하지 않다. 기후변화는 갈수록 심해진다. 가을이 점점 짧아진다. 이러다가 몇 백 년 뒤에 아예 가을이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또한 다사다난 했다. 기후 뿐만 아니라 이상한 사건도 많았다. 그것도 지루한 상황과 함께 왔다.
다가오는 가을도 여름만큼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기후도 이상한 날이 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이상한 사건들이 계속될 것이다. 역시 지루한 날들이 계속될까

감자기 내 인생이 기다림의 연속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부터 지루하게 기다린 경험이 많다. 결혼 후 첫아이를 낳기까지도 8년 동안 지루하게 기다렸다. 취직할 때 합격 후 입사 대기 기간이 유난히 길었다. 이렇게 시작된 직장생활도 어쨌든 길게 지내왔다. 퇴직을 기다리는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올해 가을처럼 퇴직 후 내 인생도 마냥 평온할 것 같지는 않다.

이를 보면 인생의 전개도 계절의 흐름과 비슷하다. 퇴직을 앞둔 인생의 경로가 가을을 향해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계속 할 일을 생각하고 있기에 퇴직을 인생의 마지막인 겨울이 아니라 결실을 맺는 가을의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마치 학생이 졸업을 하면 다른 일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직장생할 동안 얻은 결실이 과연 무엇일까. 지금 당장 딱히 떠오르지는 않는데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여름에 가을을 기다리는 것은 겨울에 봄을 기다리는 것 보다는 덜 절박할 수 있다.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과는 달리 가을은 결실을 거두어야 하는 계절로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예상되는 사람에게는 별로 달갑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제 가을을 맞아야 할 때가 되었다.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해도 아직은 계절의 변화가 일정한 범위 안에 있다. 어쨌든 9월이 되었으니 이달 안에 가을이 올 것은 확실하다. 당분간 계절의 변화만큼은 어김 없을 것이다.
여러 곳에서 가을맞이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불볕 더위 속에서 벌써 벼 수확을 한 곳도 있다고 한다. 직장에서는 벌써 내년도 사업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가 끝이 아니라 내년도 있기에 당연한 일이다.

2024년이 시작된 것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2/3가 지나가 버렸다. 지나고 보니 한순간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 동네 친구들과 뛰어놀던 생각이 아직도 생생한데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직장도 입사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퇴직 준비를 해야 한다.

어쨌든 이것 저것 생각나게 하는 9월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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