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민생 공통 공약 추진을 위한 협의기구를 운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두 대표는 이날 가진 첫 대표회담 뒤 이를 포함한 8개항의 합의가 담긴 공동발표문을 내놓았다. 반도체산업·AI산업·국가기간전력망 확충과 관련한 지원방안 논의, 가계와 소상공인 부채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방안 적극 강구, 저출생대책의 일환으로 육아휴직 확대를 위한 입법과제 신속 추진, 딥페이크 범죄 처벌과 예방을 위한 제도적 보완 신속 추진, 지구당제 도입 적극 협의 등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큰 입장차를 보여 왔던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해선 큰 진전을 거두지 못했다. 기대가 컸던 상황에서 아쉬운 측면은 있지만, 그래도 의미있는 만남으로 평가한다. 허심탄회하게 양당 대표가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직접 주고받으며 확인한 자체가 의미가 크다.

관심이 쏠렸던 쟁점 사안에 대해선 서로의 의견 차이를 확인하거나 구체적 합의에는 실패했다.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과 함께 추후 종합 검토하는 것으로 넘겼다. 채상병특검법의 경우 이 대표가 '제삼자 방식 추천 특검'을 수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한 대표는 국민의힘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혀 합의를 보지 못했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도 마찬가지다. 의정갈등과 의료공백 문제도 당장 해소할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다만 양당 대표가 추석 의료 응급체계 구축에 만전을 기할 것을 정부에 주문하고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하기로 한 것은 주목된다. 이제 정치권이 6개월 이상 끌어오는 이 문제의 해결과 중재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양당 대표가 회담에 앞서 10여분씩 밝힌 모두발언은 현재의 정국과 현안을 보는 서로 다른 인식이 뚜렷이 노출된 자리였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다. 이번 회담을 토대로 양당이 적극적으로 민생·정국 현안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 나간다면 풀지 못할 사안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22대 국회의 첫 정기회가 2일 시작된다. 정기국회는 한 해 나라살림의 근간이 될 새해 예산안 심사, 국정감사 실시, 각종 주요 법안 처리 등 해야 할 역할이 막중하다. 여야 대표회담의 정신과 성과를 바탕으로 대화와 협치 분위기를 이어가길 바란다.

회담 한 번으로 극단적으로 양분된 정치가 정상화될 순 없을 것이다. 다만 두 대표의 만남은 꺼져가는 기대의 불씨를 되살렸다. 두 대표는 이날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고 다름에 대한 인정과 공통점에 대한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다. 진심이 담긴 언급이었다면 새로운 정치문화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 서로 양보하고 좁힐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타협해 무한정쟁의 악순환을 이젠 끊어야 한다. 실질적인 후속 조처가 양당에서 이어지길 기대한다. 그렇지 않다면 여야 두 대표의 화려한 언변만 빛난 또 하나의 정치 이벤트로 기억될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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