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명 서울취재본부장

야권의 ‘대통령 추석 선물 수령 거부’ 인증 릴레이 장면을 보면서 야권을 옹호하는 정치평론가들조차도 “저것은 옹졸한 모습”이라는 반응이다.

대통령에 대한 거부의식이 아니라 예의가 아니라는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김형주 전 의원(민주당)은 “아무리 대통령이 미워도 저건 아니지 않나?”라면서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추석 명절선물을 ‘수령 거부’한다는 내용을 자신들의 SNS에 자랑스럽게 올리며 보내온 선물을 거부하는 인증샷 경쟁을 벌였다.

4일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추석 선물 사진을 올리며 “용산 대통령실 윤석열, 김건희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 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보내시나”라고 적었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 선물을 손에 든 사진과 함께 "불통령의 추석 선물을 돌려 보낸다"라고 적었다. 김준형 의원은 "조금 전 의원실에 반갑지 않은 선물이 도착했다"라며 "'선물을 보내지 말라' '받지 않겠다' 분명히 말했지만 역시 독불장군 답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명절선물은 역대 어느 대통령을 막론하고 전통처럼 이어져 온 우리나라 고유의 덕행을 통한 협치와 화해의 의미가 담겨있다.

그래서 그동안 역대 대통령실에서는 사회 각계각층은 명절 때 만큼은 나름대로 엄선한 시의성 강한 선물을 보내면서 덕담의 뜻을 전해왔다.

대한민국에서는 대통령의 행동이나, 모습이 사회적인 이슈나 그 시대를 반영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선물은 그 시대의 모습을 잘 보여주기도 하고 대통령의 속내를 어느 정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했다.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과 같은 군사 정권에서는 대통령들은 속칭 ‘보스’로 인식되던 시기라 그들의 선물은 우선 왕과 같은 봉황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들어 있는 인삼을 주로 추석에 선물했다.

노태우 대통령의 추석 선물은 속칭 '떡값'이라는 현금이었다. 보통 100만원에서 천만 원까지 액수도 다양했지만 대부분 받는 사람들은 정치인들이었다.

특산물 중심이 된 것이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다. 김영삼 대통령의 거제도 멸치, 속칭 YS 멸치는 유명하다. 보통 선물로 3,000~5,000 박스 이상 계층별로 전달되었기에 일부에서는 거제도 멸치가 대통령 멸치로도 유명하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과 한과, 도자기, 녹차 등의 선물을 주로 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인들보다는 소년 소녀 가장이나 극빈층, 수해가정 등 불우 계층을 우선하여 선정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보통 5,000여명의 정계, 재계, 종교계, 언론계 등을 구분해서 비율적으로 선물을 하고, 또 일부는 사회 약자나 소년 소녀 가장들에게도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추석 명철 선물은 ‘한가위 명절’이라는 점에서 나눔을 통한 사회통합적 의미가 담겨있기도 하지만 정치적 화해 제스처의 일환이다.

그러기에 이런 사회적 분위기마저 개인적 앙금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 것은 이성적이지 않다.

민주당과 조국당 의원들은 올 5월에도 윤 대통령이 22대 국회 당선인들에게 보낸 축하 난을 거부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별로 축하받고 싶지 않다, 정중히 사양한다”며 “반송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도 “내놓았으니 가져가라”며 난을 의원실 밖에 내놓은 사진을 올렸다.

민주당 출신 패널의 지적이 새삼 신선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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