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명 서울취재본부장

사법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심 판결이 오는 10월이면 어떤 형태로든 나오게 된다. 유죄든 무죄든 후과가 만만치 않으리란 전망이다.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그동안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재판기일을 연기하면서 시간을 끌어왔던 이재명 대표나, 선거사범을 6개월을 넘지 못하도록 법 조항을 만들어놓고도 뭉그적거리며 무용지물처럼 2년 가까이 끌어온 검찰-법원의 행태나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한 처사다.

그런데 이제는 한술 더 떠 민주당이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의 수사에 전면 대응하겠다며 ‘전 정권 정치탄압 대책위’를 출범시키고 나서자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정말 할 일이 없는 정당”이라든가 “민주당은 오직 사법리스크만 대응하는 방탄 전문당”이라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역대 어느 정당도 ‘전 정권 정치탄압’이라며 대책위를 출범시킨 예가 없고, 특히 자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몸으로 막아서며 당대표 지키기에 올인하는 정당을 본 경우는 없다. 역대 어느 정권이든, 불법을 저질렀으면 수사를 받아왔고, 그리고 유무죄 여부에 따라 처벌되어 왔다. 전 정권 정치탄압이라 하면 역대 문재인 대통령 당시 가장 많은 사법처리로 이명박 정부 사람들을 옥에 가뒀다는 것은 온 국민이 다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사건들, 이재명 대표의 4개 재판 11개의 범죄혐의와 문재인 김정숙 부부가 딸 다혜씨한테 줬다는 직접 뇌물 관련 사건,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외유로 인한 국고 손실 및 고가의 의상 관련 사건은 모두 자신들의 주변에서 불거져 나온 일들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에 이어 전 정권인 문재인-김정숙 여사도 방탄하겠다고 나섰다. 민주당이 출범시킨 전 정권 정치탄압 대책위는 9일 오전 11시 국회 본청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첫 출범 회의를 진행했다.

민주당이 지난 4일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위원장으로 원조 친명계 김영진 의원을 임명한 지 엿새 만이다. 대책위에는 윤건영·황희·김영배 의원 등 친문계 인사들과 친명계 의원들이 계파 관계없이 '원팀'으로 팀을 짰다. 이들은 회의를 통해 검찰청 항의 방문, 언론 정례 브리핑, 관련자 고발 등을 검토해 나갈 방침이다.

김영진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찰의 민주당과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탄압의 정도가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도 이에 맞춰서 전방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친문, 친명을 따질 때가 아니라 민주당이 하나가 돼서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부응하듯 이재명 대표도 연일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전날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방문해 문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당내 통합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다. 문 전 대통령도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강하고 일사불란하게 결집하는 것을 좋게 보며 이 대표에게 "민주당이 재집권을 위해 준비했으면 좋겠다"고까지 말했다.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를 ‘정권 탄압’으로 규정한 것이다.

여기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사로 알려진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자기 몸을 바쳐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켜내겠다며 검찰과 정면 대응을 선언하고 나섰다.

문 전 대통령과 청와대 5년을 함께한 측근 중 측근인 탁 전 비서관은 9일 SNS에 문 전 대통령 부부가 웃음 짓는 장면을 소개한 뒤 "할 수만 있다면 이 웃음을 오래 지키고 싶다"면서 "누군가 나의 대통령을 물어뜯으면 나도 물어버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면 언제든 기꺼이 물겠다"며 문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의 칼날을 겨냥했다.

국민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지, 국민 상식은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헷갈리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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