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1차전이 펼쳐진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0대0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자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FIFA 랭킹 96위 팀인 팔레스타인에게 23위인 한국이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고전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악의 졸전 그 자체였다. 경기 결과도 문제지만, 전 세계로 송출되는 경기장의 분위기도 얼굴이 뜨거워질 정도로 부끄럽고 최악이었다. 양 팀 선수단 소개 때와 경기 도중 홍 감독이 전광판에 비춰질 때마다 “우~”하는 야유가 터졌고, 북소리에 맞춰 “정몽규 나가!”라는 구호도 나왔다. “한국 축구의 암흑시대” “피노키홍” “선수는 1류, 회장은?” 등 비판 문구를 적은 걸개도 등장했다. 이날 야유는 홍 감독과 함께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대상이었다.

아시아 최강의 스쿼드를 보유한 전력의 소유자인 한국축구 국가대표팀 그리고 우리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외부로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우리나라의 경기 첫 단추는 매우 불안하게 꿰 차게 되었다. 지난 아시안컵 참패 이후 한국 축구는 계속 흔들리고 있고 그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 이 번 침몰의 주요 원인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외유와 재택근무 갈등, 지도력 논란, 그리고 전격 경질로 인한 새로운 대표팀 감독을 대체할 중요했던 6 개월의 시간이었다. 불운하게도 특정인의 감독 추대를 위해 그 기간을 허송세월로 보냈다는 점에서 결과로 나타난 수치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아시안컵 때 주축 선수인 주장 손흥민과 신예 이강인의 충돌로 인한 팀 내 불화와 성적 부진 등 팀 기강의 헤이가 문제였다.

이날 경기에서 급기야 김민재 선수와 응원단인 붉은 악마 외 관중들과 충돌이 있었다. 이날의 야유는 홍명보 감독과 함께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대상이었지만 경기를 뛰는 선수들은 내내 어디선가 야유가 계속 들려오면서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불만을 대놓고 표출했고, 관중들도 이에 다시 야유를 퍼부으며 내부의 불협화음을 모두에게 드러내 보였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야유부터 퍼부은 팬들에 대해 서운한 감정이 들었겠지만, 축구협회도 감독도 선수들도 그리고 관중들도 모두가 얻은 것이 없이 잃어버리기만 한 경기였다. 약체인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대승을 예상했지만, 그런데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워 푸념과 야유가 쏟아진 것이다

후임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미숙한 전력강화위원회 운영, 절차를 무시한 홍 감독 선임 등이 이어지면서 논란은 계속 커지는 양상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수많은 축구 관계자와 국민은 절차적 논란과 문제가 있으면 책임지고 용퇴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경기 후 인터뷰에서 홍 감독은 자신을 향한 이러한 비난에 대해 “팬들 마음을 이해하고 그것은 내가 견뎌야 하는 부분”이라며 문제의 본질을 살피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다수 유럽파가 소속이 된 일본은 같은 날 홈에서 열린 FIFA 87위인 중국과의 경기에서 7대 0으로 승리하며 경기 결과뿐 아니라 조직력 등 경기 내용도 완벽하여 우리나라와 너무 큰 대조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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